
기쁨을 미루지 마세요 – 기쁨은 의도적으로 계획해야 합니다.
(왜 우리는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고, 뇌는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이 프로젝트만 끝나면..." "다음 주만 지나면..." "승진하고 나면..."
우리는 늘 기쁨을 미래 어딘가에 걸어둡니다. 마치 상으로 받아야 할 무언가처럼, 지금은 누릴 자격이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침엔 알람을 끄고, 출근하고, 회의하고, 저녁엔 피곤에 쓰러지듯 잠듭니다. 그 사이 우리가 좋아하는 일, 우리를 웃게 만드는 순간은 계속 뒤로 밀립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아무 조건 없이 기뻤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기쁨은 '보상'이 아니라 '신호'다
뇌과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직하게 작동합니다. 기쁨을 느낄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도파민은 우리가 기대하는 '결과'가 아니라, 그 기대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분비됩니다. 즉, 미래의 즐거움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희망 회로를 활성화합니다.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계획을 세우는 순간, 그 상상 자체가 이미 뇌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세로토닌은 조금 다릅니다. 이 물질은 안정감, 자기 존중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행위 자체가 "나는 나를 돌볼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뇌에 전달합니다.
NYU 의대 교수이자 고기능 우울증 연구자인 Judith Joseph은 이렇게 말합니다.
"기쁨은 여유가 생기면 찾아오는 감정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 감정이다."
여유가 생기면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기쁨은 계획하고, 의도하고, 자리를 내어줘야 비로소 찾아옵니다.
계획이 어긋날 때, 기쁨은 사라질까?
그런데 현실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오후 3시에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잠깐 쉬려고 했는데, 갑자기 업무 전화가 쏟아집니다. 저녁엔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회의가 연장됩니다. 주말엔 책을 읽으려 했는데, 밀린 집안일에 하루가 지나갑니다.
이럴 때 우리는 종종 이렇게 생각합니다. "역시 안 돼. 나는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겁니다. 기쁨은 완수해야 할 체크리스트가 아닙니다. 기쁨은 "나는 나를 돌본다"는 태도입니다.
카페에 가지 못했다면, 사무실 창가에서 햇빛을 받으며 마시는 커피 한 모금도 괜찮습니다. 친구를 못 만났다면, 퇴근길에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도 괜찮습니다. 책을 못 읽었다면, 자기 전 딱 한 페이지만 펼쳐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계획이 틀어져도 자기 돌봄의 방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작은 전환 자체가 "나는 여전히 나를 잊지 않았다"는 신호가 됩니다.
'틈새 기쁨'이 뇌에 남기는 흔적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시 돌아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순간을 지나쳐 왔습니다.
햇빛이 드는 자리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자기 전 읽고 싶었던 책 몇 페이지
나를 위해 정성껏 차린 한 끼
출근길에 듣는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
이런 작은 기쁨들은 사소해 보이지만, 뇌에는 선명한 흔적을 남깁니다.
일상 속 기쁨이 반복될 때, 뇌는 "나는 안전하다", "나는 돌봄받고 있다"는 신호를 받습니다. 이 신호가 쌓이면 번아웃과 무기력을 예방하는 심리적 방어막이 됩니다.
반대로 기쁨을 계속 미루면 어떻게 될까요? 뇌는 "나는 언제나 부족하다", "나는 아직 쉴 자격이 없다"는 메시지를 학습합니다. 고기능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텅 비어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성과는 있지만, 기쁨은 없는 삶. 움직이고 있지만, 살아있다는 느낌은 희미한 삶.
뇌는 우리가 어떤 감정을 반복하느냐에 따라 회로를 형성합니다. 기쁨을 미루는 습관을 반복하면, 뇌는 그 패턴을 학습합니다. 하지만 작은 기쁨을 자주 경험하면, 뇌는 그것 역시 기억합니다.
기쁨은 의도적으로 계획해야 한다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고, 우선순위는 바뀌고, 하루는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 틈에서 다시 기쁨을 찾는 힘이 우리를 계속 앞으로 가게 만듭니다. 거창한 행복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완벽한 계획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 속에서 나를 위한 작은 자리, 단 5분이라도 의도적으로 만들어보는 것. 그것이 기쁨을 미루지 않는 삶의 시작입니다.
기쁨은 여유가 생겨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자리를 만들어줘야 찾아오는 감정입니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뇌에 쌓여, 당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를 조금씩 바꿔갑니다.
오늘 하루가 끝나기 전, 당신만을 위한 작은 기쁨 하나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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